1월부터 시작한 이 생활.

완전히 지쳐버렸다.

새롭게 시작하는 업무에 적응하려고 무진 애쓰다가 결국 내가 항복해 버린 것이다.

중간중간 공연도 보고, 여행도 갔으나 그때뿐.

다시 내 입에서는 짜증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기 시작하고, 인상쓰는 일이 많아졌다.

 

작년부터 이 추석연휴를 기다리며 (가족여행으로) 온갖 계획을 세웠으나 가족들 각자의 사정으로 결국 못가게 될 상황.

그럼 나라도 가야겟다!!!

업무로 인해 모든 것에 완전히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ㅠㅠ

 

일에 끌려다니다가 떠나기 일주일 전에 항공권을 구하고, 3일전에 현지 숙소들을 잡았다.

남은 티켓중에 그나마 시간대가 맞은게 부산항공편이였다.

목포에서는 바로가는 곳이 없기에 광주를 들러야 하는데....

그런 수고로움이 있어 주춤했으나, 이때가 아니면 언제 부산을 가볼것인가 하는 마음으로 모든 결제를 마쳤다.

 

광주 유스퀘어 파스쿠찌에서 버스 기다리는 중

광주에서 출발하는 김해공항 버스는 오전 10:45만 있기에 아침 일찍 광주로 움직였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 유스퀘어 안에 있는 파스쿠찌로 고고!!

'어디로 갈까~'이때부터 이번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우선, 저 일본어책을 여행하는 동안 다 읽어보리라.

두번째는 미술관을 다녀오리라.

그리고, 그냥 발길 닿는대로 사람구경, 물건구경, 동네구경 등을 해보자라는 것으로 대충 계획을 잡았다.

 

 

황금연휴라 나들이가는 이가 많아 차가 밀릴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고속도로 위에서 6시간 이상을 보낼 줄이야...

자도자도 도착하질 않았다.

10시 45분에 출발한 김해공항행 버스는 5시 15분이 되어서 공항에 도착했다.

부산항공에서 전화가 오고, 김해공항에서 나를 찾는 방송을 들으니 마음이 급해져버렸다.

허둥지둥 티켓팅하고, 짐을 부치며 뛰어다녔고....

다행히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안 & 호텔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는 40분정도 걸리는 듯하다.

이륙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도착했단다~캬아~

환할 때 출발해서 어둑어둑할 때 도착했으니 내가 원했던 저녁비행기를 경험도 해보고 너무 좋았다.

 

빨리 진행될 줄 알았던 후쿠오카 입성은 입국심사에서 주춤했다.

내 심사를 받기까지 한 40분은 기다렸던것 같다.

 

이것도 좋다.

평소같았음 이미 짜증이 온 몸에 있어서 기분이 안좋았을텐데, 이 기다림도 나한테는 그냥 좋았다.

(평소에는 내 시간을 1시간이라도 갖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서 항상 바빴는데..)

 

아무튼 입국심사를 끝내고 후쿠오카 공항버스를 타고 텐진역으로 갈 수 있는 지하철 타는 곳에 내려 첫날 호텔을 항해 걸었다.(내 여행의 특징은 무조건 걷는 것이다.^^;;)

드르렁드르렁~소리와 함께..

일본 거리가 좋은 건 캐리어를 끌고 다녀도 크게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캐리어 끌고다녀도 조금은 덜 민망하다.

 

첫날의 계획은 호텔에서 아침까지 푹 자는 것이였다.

호텔 찾기 위해 걸어오면서 저녁이나 아침을 먹을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가게들이 도통 눈에 띄질 않는다.

그래서 체크인하면서 호텔조식도 신청.

짐을 방에 놓고 먹을 것을 찾아 거리를 어슬렁어슬렁~

매번 느끼지만 일본은 8시 이후에는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과 사람이 많이 다니는 초저녁에도 (관광지임에도)왠지 조용한 느낌이다.

 

 

2일째(텐진)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고 짐을 챙겨 나오니 밖에 비가 내렸다.

어제 저녁에 돌아다니면서 한두방울씩 떨어졌어도 내일 아침에는 그친다는 말도 안되는 예상(?)으로 우산을 안샀는데...

어쩔 수 없이 억수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호텔 바로 앞에 있는 패밀리마트까지 뛰어가서 사왔다.

 

오전내내 내리는 비

짐을 가지고 비오는 거리를 걸어야 하는 상황

마침 운동화도 방수가 된 걸 신고왔고, 캐리어도 방수가 되어서 다행이였다.

그래그래 그냥 걷자걷자!!

가다가 비가 너무 많이오자 가구 등을 판매하는 백화점(?)같은 건물로 들어가서 비가 멈추길 기다렸는데....멈출 기미가 안보였다..ㅠㅠ

마침 의자가 있어 비가 잦기를 기다리며 책을 읽기도 했다.

비가 약간씩 잦아지는 것 같아 다시 밖으로 나와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북앤베드도쿄 후쿠오카점

둘째날 숙소는 책과 함께 자는 '북앤베드도쿄 후쿠오카'이다

텐진역 근처 porco 신관 6층에 있는 것으로 이거 찾느라고 애 먹었다.

porco가 본관과 신관 이렇게 둘로 나뉘어져 있는데, 같은 장소를 계속 돌았던 기억때문에 이 건물을 절. 대. 잊어버릴 수도 없다.

(porco가 문을 닫는 저녁에는 숙소로 올라가는 길을 찾지 못해서 한 30분을 같은 장소에서 빙빙 돌았다. 열심히 걸었는데 처음에 왔던 그자리가 몇번이나 왔던지...미치는 줄...ㅠ)

 

아무튼 짐을 맡기기 위해 11시정도에 갔더니 체크인은 오후 4시이며 짐은 맡길 수 있단다.

그래서 짐만 맡기고 그 건물 바로 밑층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이 비로는 어떻게 움직일 수도 없고, 오늘 어떤 걸을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야했다.,

 

アメリカ-ノ上に生クリームを乗せて下さい。水は半分くらいしてください。

'아메리카노 위애 생크림 올리고, 물은 반만'

한국에서 주문한 것과 똑같이 일본에서도

(이게 맞는지 나도 모르겠다ㅋㅋㅋㅋ그냥 막 말을 했다. 내가 외국인인 걸 아는지 어느 정도 배려는 해준 듯하다. 처음에는 영어로 하더니 내가 일본어로 계속하니까 점원들도 일본어로 그냥 하는 현상이...ㅋㅋㅋㅋ그들이 말하는 반 정도는 알아먹은 듯하다.)

커피를 들고, 전경이 잘 보이는 자리가 마침 비어있어 그 자리에 앉았다. (캬아~)

 

파르코 5층 스타벅스

비 내리는 거리라니요.

그것도 후쿠오카 하카다라니요.홍홍홍~^^

창밖을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이제 일정을 세워보자~

우선 내 머리속을 비어야겠다.

그 동안의 내 생활에 대한 반성 및 앞으로 계획 등을 글로 써가며 정리했다.

 

이 날의 반성은

'일에 끌려다니지 말자는 것'이다.

'내 능력이 그것밖에 안되는 것이면 그냥 두기로 하자. 거기가 내 한계인 것이다.'

라고 인정하고 그냥 내가 원하는 미래를 향해 시간을 소비하자라는 다짐이였다. (그.러.나 현실은....또 끌려다닌다ㅠㅠ)

 

어느정도 묵힌 생각들을 빼내고(?) 둘째날 갈 장소를 정헀다.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으로 가볼까 하고 결정.

가기전에 밥을 먹어야겠지???

 

발길이 닿는대로 가다보니 porco 지하식당가였다.

뭘 먹을지 찾아다니다가 모츠나베를 먹어보라(?)는 블로그가 끌린 적이 있었다.

그럼 여기로 고고!!

 

점심특선 미니싸이즈 모츠나베가 있단다.

그럼 그걸로 콜!!!

 

모츠나베

 

 

어느 정도 먹고난 후 우동사리를 넣고 먹으면bbbbb

탕종류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너무 좋았던 점심이였다.

그.러.나 다시 먹으라고 하면...

그냥 고추가루가 들어간 곱창전골 먹는걸로^^

 

배도 든든하겠다.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나카스강 근처에 있는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생이 좋아라하는 돈키호테도 있고, 영화관도 있고...좋다좋다...

 

아시아 미술관

중국, 타이, 몽골, 인도네시아 등...동양의 작가들의 작품이 있다고 하는 곳.

사실은 후쿠오카 현립미술관에 가고 싶었으나, 공사중이란다.

7층에 위치한 아시아미술관은 어르신들이 안내원으로 계셨다.

교대시간이였을까? 가시는 분, 오시는 분 인사하느라 분주했다.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을 보고난 후 내 마음속에는 '동양=불교' 느낌이 강했다.

아시아의 여러명의 작가들이 부처 및 불교와 관련한 작품들이 많아서 그런 느낌을 받은 듯하다.

아시아의 각각의 나라에서 그리는 부처의 형상을 보며 우리나라 절에서 봤던 부처 및 마야부인의 형상과 같으면서도 근엄하기보다는 친근하게 그려진 작품들을 볼 수 있어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귀엽기도 했다.

 

그 외에도 각 국가의 현재의 모습이 느껴지는 그림도 많았다.

결혼 혼례 후 넘쳐나는 음식물로 중국의 풍족함과 버려지는 음식물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작품인 90년대 우리의 모습같은 그림이 있어 우리나라 작가 작품인가 했더니 중국 작가가 그린 것도 있고, (내가 이걸 해석했다니요!!!)전자화, 자동화되어가는 현재의 표현하기 위한 조형물 등도 있었다.

 

1시간 동안 서서 작품 감상을 하다보니 다리가 아팠다.

마침 영상 앞 의자가 있어 앉아서 한 작가의 작품을 감상했다.

일본여작가가 나체로 온 몸에 투명관을 둘러 누워있는 영상이 있었다.

찬찬히 해설을 읽다가 인간의 '불안'과 '고독'을 표현했다는 말에....작가 몸에 감아 투명관에 피인 냥 돌고 있는 그 모습에 가슴 쓰리고 눈물이 났다.

 

여전히 나는 '불안'하고 '고독'하나보다.

불안 속에 살았던 20대.

누구에게도 의지하고 싶지 않고, 표현하기 싫어 혼자 벽을 만들어 다가오는 사람들을 다 쳐냈던 시기.

결국 혼자 남아 '불안'이 온 몸을 지배하여 가슴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새벽까지 잠을 못잤던 시기.

그리고 고독한 30대.

내가 선택했기에 감당할 수 있지만 가끔은 버겁다.

 

자매결연을 맺은 미얀마 작가들의 작품들도 있었다.

내가 어디서 작품들을 감상해보겠는가?

보는 내내 재미있었던 2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

 

미술관의 여기저리 돌아다니다가 각 지역의 미술전시 예정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어?어?

저 인물은? 달리 아닌가??

오이타 현립미술관???

 

작품 전시회 포스터

 

다음 일정은 오이타 미술관가서 저거 봐야겠다 결정을 하고 동생 좋아하는 돈키호테로 갔다.

역시나 한국분들이 많았다.

나는 딱히 살 것이 없어 휴족시간이랑 스타킹 몇개를 사서 나왔다.

1층에는 츠타야.

그럼 다리를 좀 쉬고 책 좀 보고가자라고 생각으로 바로 옆에 있는 커피점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츠타야 옆 커피점

내 옆에 있는 중년남자는 노트북을 꺼내서 업무를 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책을 읽고 있는 분도 있다.

젊은이들이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하며 웃기도 하고, 가족단위의 한국분들이 와서 쉬어도 가시고...

그런데도 그런 소리들이 거슬리지 않은게 너무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매일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이 일본에서는 그닥 쓸 일이 없을 정도이다.

바깥 풍경을 보며 글도 쓰고, 이번 여행의 목표인 일본어책도 읽기도 했다.

사람이 참 많음에도 아무런 방해없이 생각하고 글쓸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이런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오후6시다.

이제 슬슬 체크인 하러 가야했다.

한번 찾아갔으니 다시 찾아갈 때는 어느 정도 수월했다.

(이때는 본관, 신관이 다 문이 열려있는 상황이라 어느쪽으로 가든 숙소에 갈 수 있었다.)

북 앤 베드 도쿄 후쿠오카점 숙소

체크인을 하고 아픈 다리를 쉬는데, 왠지 옆에 분이 한국분인 거 같았다.

보통 같았음 말을 먼저 걸었을텐데 이번 여행은 누구하고도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ㅠㅠ

(사진 찍는것도 귀찮아서 많이 안찍었다ㅠ)

그래서 언어가 다른 나라를 선택한 거니까...

 

아까 못본 츠타야 구경을 가봐야겠다.

텐진점으로 고고!!

DVD렌탈 및 구매, CD중고 및 신상, 책 중고 및 신상 등등

사고 싶으나 나에게는 사놓고 보지 못한 일본어책이 너무 많아 책은 포기.

귀를 기울이며 및 이웃집 토토로 DVD, 러브레터CD를 사기 위해 돌아봤으나 몸이 이미 지쳐버려서인지 까먹고 구경만 하고 나왔다.

(왜 그때는 점원한테 물어볼 생각을 못했지ㅠㅠ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나보다ㅠㅠ)

 

도저히 안되겠다.

일찍가서 숙소에서 책구경을 하며 책 좀 읽어야겠다. 했는데...

왠걸..숙소가는 동안 힘을 더 빠져버렸다.

본관과 신관이 문을 닫으니, 신관 뒤편에 있는 엘레베이터를 이용하라는 말을 들었고, 알겠다고 이야기 했는데..

뒤에 있는 엘레베이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같은 장소를 얼마나 돌았던지 결국 물어물어 엘리베이터를 찾았다ㅠㅠ

숙소 못 들어가는 줄 알았다.ㅠㅠㅠ

 

숙소로 들어가 대충 씻고 예약한 이층침대로 고고.

일찍 잠들줄 알았던 나는 침대가 불편했는지 결국 새벽에 소파로 내려와 잤다.

(소파가 더 단단하고 편했다능....처음부터 여기서 잘 것을....)

그 덕에 목감기와 코감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도 좋다!!!!

이것저것

 

그 다음일정은 다음 게시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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